오늘은 치아재식술을 통해 발치할 치아를 치료한 케이스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치과에서 치료를 하다보면 ‘다른 치과에서 더 이상 치아를 살릴 수 없으니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한다’라고 들었다며 오시는 환자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입안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큰 어금니(제2대구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런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자연치아는 한 번 뽑으면 그 어떤 임플란트로도 100% 동일하게 되돌릴 수 없습니다.
치주인대라는 고유의 쿠션세포와 감각수용체를 지닌 치아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잇몸 깊숙이 진행된 충치와 뿌리 끝 염증으로 인해 ‘일반적인 신경치료’가 불가능했던 우측 상악 제2대구치(#17)를 의도적 치아재식술(Intentional Replantation)을 통해 살려낸 케이스를 보도록 하죠.
내원당시 상태


엑스레이 사진과 구강내 진찰을 진행해보니, 우측 상악 제2대구치(#17)의 뿌리 끝 부위에 뼈가 녹아 검게 보이는 치근단 병소(periapical lesion)가 관찰되었습니다. 치수(신경조직)가 괴사되면서 세균이 치아 뿌리 끝 구멍(근단공)을 통해 치조골로 빠져나가 염증을 을으킨 상태였습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크라운을 제거하고 신경치료를 꼼꼼하게 진행하여 근관 내 세균을 소독하고 밀폐하면 뼈가 다시 차오르며 치유됩니다.
하지만 이 치아에는 신경치료를 가로막는 치명적인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볼 쪽 치아 뿌리쪽 하방으로 너무 깊게 진행된 충치입니다.
보존치료, 특히 신경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러버댐(Rubber Dam)을 이용한 무균적 치아 격리’입니다. 입 안에는 수억 마리의 구강 내 세균과 타액(침)이 존재합니다. 신경관을 소독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침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신경치료는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또한 소독을 위해 사용하는 약제가 입안으로 흘러넘쳐 점막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습 격리는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 치아는 충치가 잇몸선 아래, 심지어 치조골 경계 부근까지 깊게 파고들어간 상태였습니다.
- 러버댐 클램프를 안정적으로 걸 수 있는 건전한 치질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 충치부위 근처 잇몸에서 피와 삼출물이 계속 흘러나와 아무래 벽을 쌓으려해도 구강 내에서는 완벽한 격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 게다가 상악 제2대구치는 입안 가장 안쪽에 있어 시야확보와 기구 접근성이 극도로 제한되는 부위입니다.


크라운을 제거하고 봤을때 예전에 치료한 치과의사 선생님도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구강 내에서 치료할 수 없다면,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로 넘어가야할까?”
대부분 이 지점에서 발치를 결정합니다. 무리하게 재신경치료를 해봤자 침이 들어가 재감염되거나, 치료 도중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아의 뿌리 형태를 분석해보니 다행히 뿌리가 심하게 휘거나 부러지기 쉬운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환자분께 마지막 보존적 치료 옵션으로 ‘의도적 치아재식술’을 설명드리고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의도적 치아재식술(Intentional Replantation)이란?
의도적 치아재식술은 말 그래도 치아를 ‘조심스럽게 뽑은(발치) 뒤, 구강 밖에서 문제의 원인을 완벽하게 치료하고 다시 원래 자리에 심어주는 술식’입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도저히 접근할 수 없거나 무균 격리가 되지 않는 치아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보존 술식입니다. 치아를 입 밖으로 꺼내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생깁니다.
- 완벽한 시야확보 : 입안 어두운 구석이 아니라 밝은 수술 조명 아래에서 치아 전체를 360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 100% 방습환경 : 침이나 피의 방해없이 완벽하게 건조된 상태에서 충치부위를 밀폐하고 신경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 정밀한 역충전 및 결손부 수복 : 뿌리 끝의 염증 조직을 완벽히 절제하고, 잇몸 밑 깊숙했던 충치부위를 생체 친화성 재료로 매끄럽게 메울 수 있습니다.
실제치료 과정
환자분께 술식의 과정과 치근 흡수 등의 한계점, 성공가능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리고 동의를 얻은 후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 외상없는 최소 침습 발치(Atraumatic Extraction)
가장 중요한 첫 관문은 치아 뿌리에 붙어 있는 치주인대에 상처를 주지 않고 뽑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발치처럼 치아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거나 겸자(포셉)로 강하게 힘을 주면 치근이 부러지거나 치주인대가 괴사합니다.

2. 구강 외 치근단 절제 및 치관부 우식 치료
치아가 발치되자마자 치근 부위는 멸균식염수를 젖신 거즈로 감싸 치주인대를 보호하면서 치료를 진행합니다.
- 치근단 절제(Apicoectomy) : 뿌리 끝 세균의 온상이 되는 근단 3mm를 정밀하게 절제해냈습니다. 미세한 신경관 분지와 Biofilm의 90% 이상이 뿌리 끝 3mm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협측 깊은 우식부위 제거 및 수복 : 구강 내에서는 피와 침 때문에 도저히 손댈 수 없었던 볼 쪽 잇몸 밑 깊숙한 충치 부위를 깨끗하게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손 부위와 신경관 내부를 치과재료로 완전히 메꾸었습니다. 치아 외형 라인을 따라 매우 매끄럽게 수복되어 세균이 번식할 틈을 차단했습니다.
3. 원래 자리로의 재식립 및 고정
치아 외측 처치가 끝난 즉시, 발치와 내부의 육아조직과 염증 부산물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처치가 완료된 치아를 원래 자리에 정확한 위치에 재안착시킵니다.
모든 구강 외 조작은 치주인대의 생존을 위해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재식립된 치아가 흔들리지 않고 주변 뼈와 치주인대와 안정적으로 생착될 수 있도록 인접치아와 고정을 합니다.
치료 후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치료가 얼마나 의도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치근단 병소 부위의 역충전 및 폐쇄 : 뿌리 끝 부위가 깨끗하게 다듬어지고 근단부 역충전재가 빈틈없이 충전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 협측치경부 결손부의 완벽한 형태 회복 : 방사선 사전 상에서 하얗게 불투명하게 보이는 부위가 바로 구강외에서 수복한 재료들입니다. 기본에 뼈 근처까지 깊게 썪어 결손되었던 치아벽이 해부학적 형태에 맞게 완벽히 채워졌습니다. 이제 침이나 세균이 잇몸 틈새로 침투할 경로가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3. 치조와 내의 정확한 정렬 : 치아가 원래 치조골 소켓 내에 오차없이 정확하게 재위치 되었습니다.

이후 일정 기간 뼈와 치주인대가 단단히 유착되는 치유 과정을 거치고 나서 최종 크라운을 제작하여 정상적인 저작기능을 회복시켜 드렸습니다 .
흔히 충치가 잇몸 속 너무 깊은 곳까지 진행되었거나, 잇몸, 피와 침으로 인해 러버댐 방습이 안 되는 치아는 ‘신경치료 불가 = 발치 대상’으로 분류되기 쉽습니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구강 내에서 시야도 안 나오고 침도 계속 들어오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치료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도적 치아재식술이라는 외과적 보존 치료법을 적용하면, 구강 내라는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치아를 완전히 통제된 환경에서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도적 치아재식술이 모든 치아의 만능 해결책이 아닙니다.
- 치아를 뽑는 과정에서 뿌리가 부러질 가능성이 높은 경우 (심하게 만곡된 치근, 비후된 치근)
- 치주염(풍치)으로 인해 치아를 둘러싼 치조골이 이미 광범위하게 녹아버려 재식립해도 지지력이 없는 경우
이러한 경우에는 재식술의 성공률이 떨어지므로 정확한 사전 진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처럼 뼈의 지지는 양호한데 국소적인 깊은 충치와 시야부재로 인해 통상적인 신경치료가 불가했던 경우라면, 치아재식술은 자기 치아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가치있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줍니다.
자연치아를 보존하는 과정은 임플란트를 심는 것보다 훨씬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술자의 고도의 테크닉과 정성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내 치아가 주는 자연스러운 씹는 맛과 고유 감각은 그 어떤 인공 수복물도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없습니다.
혹여 충치가 너무 깊어서 발치 권유를 받고 고민 중이시라면 치아재식술을 한번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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